11월 11일 농업인의 날, 나는교외의 한 농촌을 찾았다.
쌀쌀해진 늦가을 바람이 절로 옷깃을 여미게 만든다.
낭만이라도 즐기려는 양 정겨운 비포장 흙길을 노량으로 걷다보니
꽤나 광할하게 펼쳐진 채소밭의 저 끝에 꼬부랑하게 서 계신 할머니 한 분이 눈에 들어온다.
어느샌가 멈춰진 내 발걸음... 그리고 시선 고정.
한참을 꾸무럭거리시며 무얼 하시는가 했더니 그 넓은 밭을 보온용 비닐로 온통 다 덮고 계신 중이다.
오늘 밤 급스레 엄습해 온다는 북동풍 한파 놈에 당신 자식 같은 농작물들이 밤새 얼어 죽어버릴새랴...
혼자이시다.
어느덧 저물어가는 저 태양 아래 온종일 혼자서 그 고된 밭일을 외로이 홀로 쭉 해오셨을게다.
어쩌면 저 할머니에게 고독감 따위는 이미 잊혀진 존재일지도 모른다.
...
잡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더니 문득 이런 별생각에 까지 이른다.
'저 할매도 한때는 젊음이란 것이 있었을텐데...'
집에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패닝되는 도시의 밤.
오늘은 빼빼로데이라고 해서 거리의 풍경은 온통 상술의 술잔이 넘쳐 흐른다.
여기저기를 첨벙이며 활보하는 저 많은 사람들 중에
오늘이 농업인의 날인 줄 아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?
아니 어쩌면... 그 꼬부랑 할머니 조차도 모를 것이다.
몽롱한 하루...
Nov. 2006 | 대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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